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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칼럼
인생 사용설명서

은 사용설명서는 한 제품의 구성, 기능, 문제대응방식 등에 대한 모든 필요
한 정보를 모아서 정리한 기록입니다. 사용설명서의 존재는 모든 것이 익숙
하게 돌아가는 평온한 일상 속에서는 거의 망각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도 찾
지 않으니까요. 매뉴얼은 뭔가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기계나 가전제품 이외에도 매뉴얼과 동일한 기능을 담당하는, 그래서 매
뉴얼로 이해해도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외국어를 배울 때 사용
하는 문법책과 사전이 그것입니다. 처음 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히면서 기초단계부터 점차 수준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
급단계에 이르게 되면 어느덧 문법책이나 사전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수월
하게 언어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을 체험하셨을 겁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사
전을 뒤적이고 문법책을 찾아봐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언제일까요? 당연

히 언어구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문법적인 내용이 헷갈리거나 단
어선택이 어색해서 언어의 매뉴얼에 해당하는 사전과 문법책이 필요해지는
것이죠. 가전제품의 매뉴얼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문법책과 사전은 그 언어
의 구성, 기능, 활용, 문제대응방식 등에 관한 모든 필요한 정보를 모아서 정
리한 책들인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사회
의 구성과 기능을 일관되게 설명해주는 매뉴얼이 존재할까요? 한 가지 사례
를 들어 얘기해보죠. 재작년말부터 작년 봄까지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주목
할 만한 사회적 변화들이 아주 많았는데, 그 가운데 대중들의 눈에 크게 띠
지는 않았지만 아주 인상적이었던 한 가지는 ‘헌법 다시읽기’ 열풍이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