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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칼럼





                           인생 사용설명서



                                                           이군호 권사






             한국인들의 라면소비량이 엄청납니다. 자주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지
          만, 저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토요일 점심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서 라
          면을 먹는 시간입니다. 워낙 여러 종류의 라면을 먹다보니 가끔은 새로 출
          시된 라면의 조리법을 제대로 읽지 않고 대충 끓이다가 낭패를 보기도 합니
          다. 낯선 액상스프를 엉뚱한 때에 넣거나 면을 삶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도
          하죠. 그럴 때면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라면봉투를 다시 꺼내 거기 적힌 조
          리법을 자세히 읽어보곤 합니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 봉투에 적힌 조리법

          을 자세히 읽어보고 끓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확신은 없지만, 아마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라면을 끓이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일상
          에서 라면이라는 음식이 워낙 익숙해져서 신제품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아
          니라면 특별히 고민할 것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각종 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 자동차를 사면 반드시 따라 오는 것이 제

          품사용설명서입니다. 그런데 라면을 끓일 때와 유사하게 그런 사용설명서
          를 전부 꼼꼼히 읽고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지 않을까요? 대
          개는 자주 사용하는 주요기능이나 아주 특별한 기능을 익히고는 사용설명
          서를 접어둘 겁니다. 저는 20년 이상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도
          제가 사용하지 않는 매크로기능이나 그래픽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도 못
          하고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4년 이상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
          도 크루즈기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필요해서 사용하려고 한다
          면 매뉴얼을 뒤져보면 되겠지만,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라 아예 관심을 꺼둡
          니다. 그런데, 몇 달 동안 혹은 몇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사용하던 가전제품

          이나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습니까? 바로 AS를 부르거나 수리를 맡
          기기보다는 일단 사용설명서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죠. 매뉴얼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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