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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칼럼
          인생 사용설명서

















          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국정농단사태가 촉발된 직후인 2016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의 헌법분야 책판매가 10월 대비 각각 6배, 12배로 급증했다고 합
          니다. 이른바 ‘광장에서 책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확산해 갔다는 말입니
          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의 국정농단사태가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국
          민들이 왜 다시 헌법책을 꺼내들기 시작했을지 이제 느낌이 오시죠? 그렇습
          니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버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가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이라 할 헌법을 다시 찾아

          보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던 것입니다. 헌법 다시 읽기는 가전제품이나 자
          동차에 문제가 생겨 매뉴얼을 찾아보는, 혹은 언어구사에 문제가 생겨 사전
          과 문법책을 뒤적이는 양상과 본질상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는 그 어떤 매뉴얼이, 그 어떤
          사용설명서가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원체 다양하

          고 복잡하다 보니 인생의 그 모든 폭과 깊이를 담아낼 인생 지침서라는 것도
          다채로울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종교와 경전, 문화와 전통, 철학과 사상, 그
          리고 예술과 교양이 아마도 삶의 방식에 대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매
          뉴얼이라고 봅니다. 인생의 교과서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는 것은 물론 종교와 경전이구요. 왜냐면 그 이
          외의 철학과 예술과 문화와 교양이 순전히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진 매뉴얼
          이라면, 종교와 그 경전은 전적으로 절대자의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입니다.


             철학, 예술, 문화, 교양 등 이른바 인문교양은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인
          류의 지혜를 담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파편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
          다. 파편적이라는 말은 인문교양이 인생의 여러 단면과 상황을 고민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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