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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넘치는 사회는 관용이 넘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감사와 관용은 비례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죠. 관용의 정신은 말하자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아
닐까요? ‘나’ 중심의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객관적인 입장에 서보는 것, 그래서 상대
방의 말과 행동을 이해해보려는 자세입니다. 그것은 타인의 이질적 존재방식에 대
한 이해와 긍정이자 공감입니다. 관용은 인내에 기초한 인간관계이기도 하므로 마
음의 여유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감사에 인색하다면, 그만큼 관용의 능력도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개별적 삶 자체에 여유가 없다보니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여유가 부족합니다. 쉽게 분노하고 단죄합니다.

  우리가 작은 것에 감사하는 그 자체로 더 큰 감사를 키워내게 된다면, 그와 반대로
작은 감사들을 반복해서 놓침으로서 더 큰 감사에조차 둔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감사불감증’이 단순히 마음속의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표피적인
문제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으나, 고마움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중증의 감사불감
증이라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결핍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재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은 이 풍성한 감사의 계
절에 각별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구절인 것 같습니다.

* 쉴물특집 코너를 담당하고 계시는 이군호 권사님은 고려대학교 독일어권문화연구소
에서 독문학을 연구하시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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