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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떤 혜택과 도움을 받
을 때만 감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내게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우
리는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객관적으로 고마워할 상황이 아님에도 고
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느껴봤을 이런저런 자잘한 고마움
과 감사의 마음은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것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꼭 그렇지만
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위의 세 가지 경우도 어떤 이에게는 전혀 다른
체험일 수도 있습니다. 이 추운 계절에 버스운행이 정시보다 2분씩이나 늦어져서 육
체적,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운전기사를 비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그런 부
류의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동사무소 신임공무원이
업무에 서툴러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었다고 불만 섞인 민원을 올리는 사람도 어렵
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택시기사의 거
친 말투로 기분이 상한 나머지 택시기사와 말다툼을 벌이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경
우도 상상이 가능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게 되는 마음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합
니다.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하고 기쁜 일을 같이 즐거워하며 잘못된 것에 모두 공분하
는 것은 인간이 희로애락에 대해 기본적으로 갖는 공통의 정서가 있기에 가능해집
니다. 뭔가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고마움을 느
낀다는 것, 그리고 그 고마움을 고맙다는 말로 표현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치 않아 보
입니다. 감사해야 할 일에 당연히 감사를 표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
들에게는 당연지사입니다만, 감사해야 할 일에도 감사를 모르는 경우가 점점 빈번
해지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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