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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특집
감사를 잊어가는 시대에
이군호 권사
ikislee@hanmail.net
자정이 넘은 한겨울의 외진 시골길가 버스정류장에서 10분 넘게 버스를 기다립니
다. 안내판에 적힌 막차시간이 2분쯤 지나자 저 멀리 라이트를 밝힌 막차가 산모퉁
이를 돌아 다가옵니다. 배차시간표에 따라 당연히 오게 되어 있었지만, 그리고 조금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차에 오르며 기사님에게 고맙다
는 인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여러 가지 민원서류를 신청합니다. 근
무경력이 짧아 보이는 젊은 직원이 상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봐가며 서류를 발급해
주면서 필요한 설명을 해줍니다. 공무원으로서 민원인에게 당연히 해주어야 할 일이
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명찰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보게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낯
선 밤거리에서 도로를 무단횡단 하려다가 마침 지나가던 택시기사로부터 퉁명스런
잔소리를 듣고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는 투박한 말이
었지만 좀 멀리 떨어진 건널목으로 향하면서 위험하게 쌩쌩 내달리는 차들을 보며
생각해보니 고마운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생명의 은인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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