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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할 작업물도 제대로 없다니. 만화가를 꿈 생각은 거의 하지도 못한 채 작업만 했다. 참
꾼다고 내 인생에 대한 비전에 대해 기도하던 절묘한 건 그렇게 다양한 곳에서 들어 온 일
나는 거짓말쟁이였다. 그런 내가 지금 또 삶 들의 마감기한이 하나같이 준비기도회 직전
을 내버려두고 어딜 간다고? 선교회비마저 내 까지였다는 것이다. 작업하던 일이 마무리되
가 감당하지 못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고 준비기도회를 앞두고 연말을 돌아보니, 그
할 텐데 그렇게 선교를 가면, 가더라도 나는 기간은 약간의 넉넉한 생활비와 함께 내가 다
선교의 마음가짐은커녕 열등감에 찌그려져 시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남겼고, 다시 한번
서 정신이 망가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성실하게 작업을 하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무
번 선교는 내가 갈 수도 없고, 가서도 안 된다 엇보다 상황이 바뀐 건 별로 없음에도 내 마
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연락이 온 건 그런 자 음의 열등감이 씻어졌다. 이런 상쾌한 마음을
괴감이 가장 커진 때쯤이었다. 가지고 앞으로의 삶을 쭉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기도회를 통해 선교를 준비하면
“내년 1월 말에 뭐 하는 거 없지? 서 이번 선교는 뭔가 좀 더 열심히 준비해 보
와서 좀 도와줘.” 고 싶어졌다.
“일단 지금은 뭐 예정된 건 없어요.”
해외단기의료선교팀에서 나에게 맡겨진 자리
내 입으로 나의 열등감을 다 고백하면서 “안 는 어린이사역팀이었다. 매일 수백 명의 현지
간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아무렇 인들을 진료하는 의료사역이 진행될 때, 그곳
지 않게 “가겠다”고 하지도 못하겠어서 끝까 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또는 가족과 함께 온
지 자존심을 부린 이상한 한마디였다. 어차 아이들과 함께 놀며 돌보는 사역이다. 아이들
피 반년 정도 남았으니 그 사이에 가지 못하 이 갖고 놀 수 있을 바람개비, 왕관같은 만들
게 될 이유가 뭐든 생기지 않을까 하며 스스 기 키트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거나, 칫솔질을
로 결정하기를 회피하는 한마디이기도 했다. 알려주거나, 말씀 스티커북을 활용해 아이들
하나님께 맡겼다고 조금이라도 좋게 포장할 이 성경이야기의 한 장면을 꾸미거나 색칠하
수도 없을 만큼 철저한 외면이었다. 돌아보면 기도 하고, 선교지에 따라서 함께 찬양을 하
많은 성도들이 기도하고 도전하는 자리에 고 기도 하는 등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시간을
작 이런 마음으로 나아왔다는 사실이 부끄럽 보냈다.
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그렇게 대답 아닌 대답을 한 이후로 다시 일
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 문의가 들
어오더니 연말을 맞이할 때쯤에는 몇 개의
작업을 동시에 해야만 했다. 지금 돌아보면
또 그렇게 많지도 않은 것 같지만, 초보 프리
랜서로서 처음 겪는 작업량에 연말에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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