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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 이야기 1
이렇게 기도하라
이세형 목사
작년 가을 『정동샘』으로부터 <주기도문 이야기>라 하신 주님과 기도할 능력조차 없는 우리가 주님의 은
는 제목으로 한 해 동안 연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 총에 힘입어 주님과 화답하며 대화하는 것이란 깨달음
니다. 이 제안은 마치 길을 가다가 갑자기 누군가로부 이 왔습니다.
터 호명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주기도문을 이야기하 보통 우리의 기도는 불평과 간구로 시작됩니다. 공의
라!’ 이때부터 ‘주기도문 이야기’는 제 삶의 물음이 되어 와 용서를 구하고 먹을 것을 구하며 필요를 채워달라
생각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은 종종 제 가던 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요청의 광야를 지나 우리의 기
길을 멈추어 되묻게 하였습니다. ‘주기도문이 뭐지?’ 라 도는 감사와 찬양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감사와 찬양
는 생각은 종종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주기도문을 이 속에서 기도할 능력과 자격이 없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
야기하는 것은 주기도문으로 기도하는 것이고 주기도 다. 이제 기도는 기도할 새로운 능력을 구하는 자리가
문으로 사는 것이지!’ 됩니다. 기도의 깊이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아빠,
2016년 1월 저는 제가 섬기고 있는 학교의 신학대학 아버지’라 부르며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어 기도할 능력
원생들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 을 얻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 땅에서 살
니다. 여러 기념교회당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주기도 아갈 소명과 능력을 받습니다.
문교회가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주기도문교회에서 저 기도는 마음에 빈 공간을 만드는 영적 수행이지 싶
는 두 가지 깊은 영적 경험을 했습니다. 첫째는, 소박하 습니다. 나의 소원을 하나님의 소원에 맞춰드리는 비움
고 단순한 교회당이 주는 친근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의 연습이지 싶습니다. 마음을 비워 깊이 내려간 그곳
기념교회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치장되어 있었던데 반 에서 우리는 주님의 현존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주
해 ‘주기도문교회’는 장식이 거의 없는 교회였습니다. 단 님 앞에서 우리의 생각은 주님의 생각으로 전환됩니
순함이 메시지였습니다. 단순하지만 한 구절 한 구절이 다. 주님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크고 더욱 넓게 하십니
충격과 도전으로 다가오는 주기도문과 같았습니다. 둘 다. 깊은 기도의 자리에서 주님은 주님과 이웃을 위한
째는 교회 안에서의 울림이었습니다. 함께한 학생들과 자리를 더욱 넉넉하게 하십니다. 우리가 섬기는 교회와
화음으로 주기도문 송을 불렀는데 소리의 울림이 깊은 목회는 이처럼 비움의 공간과 주님의 음성이 있는 속에
영적 감응을 주었습니다. 마치 주님과 마주하면서 찬양 서 탄생했습니다.
과 기도로 서로에게 화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경험 ‘주기도’ 혹은 ‘주님의 기도’에는 그리스도인들이 드리
또한 주기도문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주기도문은 거룩 는 기도인데 그리스도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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