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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는 재판을 찍을 정도로 엄청난 독자를 갖게                    ‘일본의 성자’로 불리었던 가가와 목사의 삶은
                되었다.                                      일본을 넘어서 세계가 인정하고 있었다고도 볼
                  소설 속 주인공 니미 에이치(新見榮一)는 다                수 있다.
                양한 정신적 편력을 거친 후에 고베의 빈민굴에                   죽음을 넘어 영생을 소원하는 것이 크리스천
                들어가 그리스도를 전도하고 빈민 구제에 헌신                  의 참된 모습이겠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갖
                하면서 때로는 노동운동에도 참여한다. 강하게                  가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 참여하는 모습은 기독교적 사회주의 입                  것 또한 사실이다. 세계 1차대전으로 유럽이 전

                장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쟁의 소용돌이 휘말렸을 때 선진국으로서 최대
                  주인공이 사회주의가 초대교회에서 파생되었                  의 호황을 누렸던 일본이 전후 최대의 불경기에
                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가가와 목사도 당시 유                 빠져들면서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자, 일
                행하던 사회주의 사상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                  본 크리스천의 현실인식은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1888년에              것이 아니었다.
                태어나 32살까지 가가와 목사의 생애가 그대로                   국가의 대외 팽창과 침략으로 이러한 난국을
                담겨져 있고 주인공 에이치를 통해 당시 청년                  타개해야 한다고 믿는 크리스천이 있는가 하면
                크리스천이 어떠한 고민 속에서 참된 신앙의 삶                 국가를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아시아
                을 살고자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크리스천, 또는

                  이후에도 많은 저술 활동과 빈민 전도, 빈민                자신의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것
                구제를 위한 협동조합 운동 등 1960년 72세로               이 가장 중요한 신앙적 과제라고 믿는 크리스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신앙적 양심을 실천한 가                 도 있었다.
                가와 도요히코 목사는 세 번의 노벨 평화상 후                   가가와 도요히코의 『사선을 넘어서』는 분단된
                보에 올랐고 두 번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                 오늘을 사는 한국의 크리스천이 불안정한 경제
                다. 놀랍게도 가가와 목사의 노벨상 후보추천은                 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일본이 아닌 미국에 의한 것이었다.                       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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