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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김종대 원로권사

  올해로 금혼을 지낸 나는 아내와 함께 인천에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전철을 타고 서울시청역에 내려 정동제일교회를 옵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예수를 믿거나 안
니다. 오늘 아침도 시청역에서 내려 대한문 앞을 지
나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서는데 남루한 옷차림의      믿거나 양심으로 살면 구원을 얻으리라”고 하셨는
노숙자가 돌담길가에 죽은 둣 누워 있었습니다. 아    데, 그가 해서는 안 될 말씀인지는 몰라도 틀린 말
내가 그 모습을 보고는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이릅니다. 80대에, 90대    요즘 70이 넘어 80에 가까우니까 자꾸 죽음에 관
에, 요즘은 100세를 넘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느  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
날 고교동창 모임의 한 친구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    지? 과연 크리스천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습니다. 그냥 얘기였는데, 저에게는 참으로 뜻이 있
는 얘기였습니다. 그 얘기를 할까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적으로 우수한 생을 살아
                               온 고교동창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들도 이제 나이
  그는 서울 삼청동교회 장로를 지낸 크리스천입니    가 들어 옛 시절이 그리운 모양입니다. “종대야! 소
다. 이야기인즉, 어떤 사람이 예수를 평생토록 믿다   방대장! 너보고 싶어 왔다! 너 정동교회에 다닌다
가 죽음에 이르러 하늘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천국    지?” 대장도 아니었고 장로님도 아니지만 나도 그
문 앞에 이르니 하나님께서 낯익은 성도님들을 반     들을 반갑게 만나고 있습니다.
갑게 맞이하고 계시더랍니다. 그러나 몇 안되는 성
도들이 천국문엘 못 들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성      오늘 3부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침
거리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 예수님께서 “이리로   에 길가에 누워있던 그 노숙자가 일어나 돌담에 몸
오라!”고 하시면서 그 사람들을 옆문으로 들여보내    을 기대어 앉아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는 그
고 계시더랍니다.                      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내가 만 원 짜리를 꺼내려다
                               가 내가 뭐랄까봐 5천원짜리로 바꿔 그 앞에 내밀
  아내가 가끔 물었습니다. “천국엘 갈 자신이 있   고는 앞서는 나를 따라오면서 변명처럼 한마디 하
냐”고. 그 친구의 말을 듣고서부터는 자신 있게 “그  였습니다.
럼. 예수님께서 옆문으로 들여보내주실 거니까….”
하고 말입니다.                         “정말, 나라도 구제할 수 없는 일인가요?”
                                 “하나님이 구제해주겠지!….”
  오늘 내가 기도함은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심       나도 변명처럼 한마디 하고는 시청역으로 발길을
을 믿기 때문입니다.                    향했습니다. 하늘 위에서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감은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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