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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특집

       무릎을 꿇고

                    이군호 권사
               ikislee@hanmail.net

       독일어 문법을 강의할 때면, 종종 저는 영어문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
     어문법은 학생들 대부분이 잘 아는데다가 두 언어가 사촌지간이라고 할 정도로 유
     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느 한 단계에서 제가 학생들에게 영어단어 ‘sit’
     와 ‘stand’의 의미를 우리말로 말해보라고 시킵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초등
     학생들도 알만한 너무나 쉬운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모든 학
     생들의 답이 전부 맞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앉다’ ‘서다’라는 잘못된 의미를 말하
     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언어의 엄밀성과 번역의 정확성을 말해줄 요량으로 질문을
     던진 것이며, 경험상 이런 실수를 범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 단어의 정확한 번역은 ‘앉아있다’와 ‘서있다’가 맞는 것이죠. 이 두 가지
     답의 차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차이는 ‘앉아있다’와 ‘서
     있다’는 움직임이 없는 정지상태를 표시한다면 ‘앉다’와 ‘(일어)서다’는 동작과 운동
     을 나타냅니다. 아주 큰 차이죠. 누구나 sit과 sit down의 차이, 혹은 stand와 stand up
     의 차이를 인정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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