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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하게 영어단어 번역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야
이로의 이야기가 바로 ‘앉아있는(sit)’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stand up)’ 과정에 관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어서다, 서있다 등의 단어가 주는 어감이 활력과 역동성이
라면 (주저)앉다, 앉아있다 등의 말은 뭔가 좌절과 실의, 혹은 절망 등을 의미하는 경
우가 많습니다. 신문지상에서 쉽게 접하는 수많은 표현들, 가령 “다시 경기 일으켜
야”, “다시 일어나는 조직력”, “주저앉고 마는 한국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
착 가라앉은 분위기”, “두 손 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등등의 경우들처럼 말입니
다. 주저앉아 있다가 힘을 내서 다시 일어나는 것을 글자 그대로 재기(再起)라고 합
니다. 영어로는 컴백(come back)쯤 되겠죠. 지치거나 병이 들어 누워있든, 실의에 빠
져 주저앉아 있든, 어떤 이유에서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다시 일
어나서 제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주는 메시지를 오늘 접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저물어갈 무렵이면 늘 한두 번씩 우리를 찾아오는 태풍. 이번에도 태풍 ‘고
니’가 지나갔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풍경들 가운데 익숙한 것들이 있습니다. 쓰러져
누워버린 초목들과 논의 벼들 말입니다. 논의 벼들은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누
군가 다시 일으켜 세워야만 합니다. 이와 유사한 광경이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됩니
다. 한창 달리고 있어야 할 마라톤 선수가 레이스 도중에 가만히 멈춰 서있거나, 운
동장과 놀이터에서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을 때, 우리
는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큰 운동경기를 마치고 패배한 선수들이 경기장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모습들 역시 익숙합니다. 누가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
워줍니까? 감독과 코치들 혹은 고참 선수들이 이들을 다독이고 일으켜 세웁니다. 그
들 자신도 심적으로 힘들고 아프겠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돌보는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 경험들이 모두들 있을 겁니다. 이들이 위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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