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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떻습니까? 주저앉은 선수 옆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같이 몸을 낮춰 위로의 말
을 건네고 손을 잡아줍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물에 빠진 이를 구하기
위해선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화재로부터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선 불덩어리 속으
로 누군가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어떤 어려움이든 위기에 처한 사람
을 구해내려면 일단은 누군가 그와 함께 있어야만 한다는 역설적 상황인 것이죠. 이
와 같은 맥락에서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은 모두 무릎을 꿇지 않고서는 시행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못 의미심장합니다. 마치 그 사람이 처한 위기의 상황으로 누군가
내려가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부모나 스승, 친구나 연인 혹은 배우자, 동료나 선후배. 실의에 빠져 누워있거나
주저앉아 버린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이들은 이렇게나 많습니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저는 무릎을 꿇는 일이라고 말하고
자 합니다.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가까이 다가가 같이 앉아주어야만 합니다.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비로소 위로와 격려가 시작됩니다. 바닥에서 신음하는 어
떤 사람을 위해서 여러 사람이 합심하여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상상
해보면, 곤경에 처한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누군가 그 낮은 곳으로 내려가 주는 모
습은 기도하는 모습과 꼭 닮았습니다. 예수께서 낮은 데로 임하신다는 말씀의 의미
는 인간세상의 세속적인 신분과 지위를 초월하신다는 의미 이외에도 쓰러져 앉아
있는 우리를 구하시려 어둡고 음울한 곳으로 몸소 찾아가신다는 예수의 사랑과 의
지의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은 곧 낮은 데로 임하시는 예수
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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