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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신경 이야기
사도신경 이야기 10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시며”
정희성 성도
이화여자여학교 기독교학과/신학대학원 교수
안식년으로 예전에 내가 공부했던 미국 뉴저지 은 깊은 좌절과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겐 예
에 와 있다. 그런데 이십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찾 수님도 지옥 같은 고통과 암울함을 경험하셨다는
은 이곳 드류와 프린스턴은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 것이 위로가 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다. 오래 전 이곳서 홀로 신학공부를 하며, 나는 항
상 외로웠고, 항상 갑갑했고, 항상 무서웠었다. 그 성서에서 지옥은 ‘스올(sheol)’ 혹은 ‘하데스(hades)’
래서 지옥 같은 이곳에서 어서 벗어나 한국에 돌 라고 불린다. 또 “꺼지지 않는 불이 타는 곳(마 5:22,
아가길 매일매일 학수고대했었다. 그런데 운전 잘 막9:43, 48, 눅 16: 24, 계 19:20, 20:15)”, “마귀와 그 사
하는 남편과 수다쟁이 아들들과 함께 오니, 이곳 자를 위해 예비된 곳(마 25: 41)”, 혹은 “범죄한 천사
은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될 정 들을 심판 때까지 가두어 지키는 깊고 어두운 구
도로 아름답고, 편리하고, 재밌는 곳이었다. 지옥이 덩이(벧후 2:4)”라고도 한다. 그런가하면 지옥은 또
천국으로 경험되다니! ‘하늘(heaven)과 반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성서에서
‘하늘’이란 단지 구름 위의 ‘궁창(sky)’이 아니라 ‘하
원래 사도신경에는 “예수께서 지옥에 내려가셨 나님이 계시는 곳’을 일컫는다. 그래서 하나님이 계
다”는 부분이 있었다. 즉, 사도신경의 영어번역과 시다면 땅 속이거나, 쓰레기 더미 속이라도 그곳이
같이 “예수께서 지옥에 내려가셨다가 장사한지 사 ‘하늘’이 된다. 그렇다면 그 반대인 지옥은 ‘하나님
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He 이 계시지 않는 곳,’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은 곳,’
descended into hell, the third day he rose again from the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상태’이다. 때문에 지옥
역시 우리 가운데 있을 수 있다. 미움과 다툼이 가
dead)”인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은 이 부분을 “예수 득한 가정, 사랑과 생명과 소망이 부재한 사회, 그
가 저승에 가시었다가”로 번역하여 보존하고 있다. 곳이 바로 지옥인 것이다.
반면, 한국 개신교는 이 구절을 빼고 사도신경을
구성했다. 한국 개신교는 거룩하고 능력 많으신 하 한편, 오늘의 사도신경은 예수님의 부활을 또한
나님과 그 아들 예수님을 지옥과 연관시키는 것이 확실히 강조한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이는 기
불경하다 생각했나? 인생에서 지옥에서 사는 것 같 독교의 핵심적 교리로 단순한 임상적 회생(回生)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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