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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입니다. 이후 9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전 세 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의 동료 순례자들을 배려해
계의 수많은 도보 여행자들의 사랑받는 도보 여행 줄 수 있고 현실의 물질적인 욕구에서 벗어나 순례
길로 변모한 것입니다. 길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산티아고 순
산티아고의 순례 여행은 피레네(Pyrenees) 산을 례길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
넘는 전초도시, 생장피드포르(Saint Jean Pied de 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게
Port)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용 전용 여권을 될 때 쯤, 산티아고 순례길은 드디어 종착역에 다다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여행은 세계문화유산 르게 됩니다. 순례길과 같은 나의 인생을 걸을 때도
으로 지정된 순례길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워집 오직 나 자신과의 동행을 통한 순수한 걷기를 하여
니다. 어떤 날은 구름 위를 걷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야 합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은 산티아고 순례
예쁜 들꽃이 가득한 길을 걷기도 합니다. 또 어떤 길을 마치고 마지막 도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 정
날은 순례자들이 자신의 기원을 담은 물품을 놓고 오미사에 참석했을 때의 벅찬 감동입니다. 그 감동
가는 철십자가 구간을 걷기도 합니다. 대부분 뜨거 이라는 것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였습
운 태양 아래서 걷지만, 어떤 날은 앞이 전혀 보이 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힘들고 긴 산티아고
지 않는 안개 속을 걷기도 하고, 어떤 날은 빗속을 순례길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걷기도 합니다. 험한 돌길을 걸을 때도 있고 가파른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끔 생각납니다. 아직
산비탈을 걸을 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제가 가야할 길은 많이 남이 있습니다. 저도 그 길
새벽부터 오후까지 매일 걸어야하기 때문에 발에 이 어떤 길일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물집이 끊임없이 생기고, 발톱이 빠지기도 합니다. 길은 오직 주님만이 아시고 인도하신다고 믿습니다.
또한 배낭을 계속 등에 짊어지고 걷기 때문에, 배낭
무게가 무거울수록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욱 힘들게 “나의 가는 길을 오직 주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힘든 도보 여행에서 도움을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는 욥기
주는 또 다른 도보 여행자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23장 10절의 말씀처럼 오늘도 하나님이 제게 주시
힘들고 외롭지만은 않은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내게 닥칠 어떤 길도 묵
됩니다. 묵히 감사하며 신앙의 오솔길을 걸어 보려고 합니
다.
순례자 정신은 힘든 순례길을 걸으면서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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