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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오솔길

             길

                                   전혜은 전도사 (수련목회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길을 걸어가게 됩니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걷는 여행은 느립니다. 하지
다. 좁고 험한 골목길을 걷기도 하고, 잘 닦여진 넓      만 덕분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지
고 평탄한 길을 걷기도 합니다. 나무숲이 우거진 쾌       나칠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으
적한 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갈 때도 있지만, 때       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
로는 아무도 걸어간 적이 없는 가시덩쿨이 우거진         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한동안 하지 못했던 사색에
수풀을 헤치며 걸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많은         빠질 수도 있습니다.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모두
사람들은 삶의 길목에서 어려움이 없고 평탄한 길         이런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파울로 코
을 걸어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많은 사       엘료는 ‘순례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자신을 천
람들이 원치 않는 험한 길에 부딪혀 헤매야 할 때        천히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도 많습니다. 그것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저항하며 힘겨워할 때도 있습니다. 정         스페인 북부에서 시작해서 성 야고보의 유해
동샘 “신앙의 오솔길”에 실을 글을 써 달라는 부탁       가 묻힌 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을 받고 고민 끝에 “길”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      de Compostela-“별이 뜨는 들판”)에 이르는 산티아
고 제가 걸어온 길 중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던 길        고 순례길은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세계적인 도보
이 생각나 여기에 적어보려고 합니다.               여행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에서 까미노(camino)는 “길”, 산
  2013년 6월 24일부터 7월 6일까지 2주 동안 저   티아고(santiago)는 “성 야고보(saint diego)”라는 뜻입
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모든         니다. 즉, 야고보 성인이 걸었던 길이라는 뜻이 됩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니다. 야고보 성인은 예수님이 승천하신 이후 세상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전승을 통해         의 끝에서부터 내륙 지방으로 복음을 전파해 나가
이미 세상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 중세시대부터         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상의 끝인 스페인 북서쪽 끝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순        까지 야고보 성인이 걸었던 길을 순례자들이 하나,
례와 명상과 치유를 위한(죽기 전에 한번은 꼭 다녀와      둘씩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
야 할) “꿈에도 그리는 길”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성 야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거의 모든 작  고보의 정신을 기리며 스페인 북쪽을 가로질러 산
품들의 ‘영감(靈感)’이 산티아고 순례길과 연관되어       티아고까지 걸어 다니던 길이 이 순례길 여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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