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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독서





                                                                작가가 슬픔이란 주제를 다채롭고 포근한

                                                                색감으로 표현한 것도 삶이 갖는 이런 아

                                                                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옷장으로 들어간 소녀는 어둡고 고요한

                                                                곳을 지난다. 고래 배 속이다. 조심스럽게

                                                                바닥을 더듬으며 걷는다. 소녀는 여기가

                                                                울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

                                                                을 숨길 이유가 없는 곳이다. 철벅대는 감
                                                                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고래 옷장> 박은경 시, 김승연 그림,

                        웅진주니어, 2021.                            오롯이 혼자인 곳이다. 소녀가 눈물을 주
                                                                체할 수 없을 때 깊은 소리로 울어주는 고
         <고래 옷장>은 ‘아빠, 울어도 돼’하고 말
       해 주는 아이의 목소리 같은 그림책이다.                                   래의 소리를 듣는 곳이다. 소녀는 고래의

       오롯이 홀로 실컷 울고 싶을 때, 나를 따                                  깊은 울음에 마음을 연다.

       라 깊이 울어줄 사람이 그리울 때 읽으면                                          “네가 바다처럼 눈물을 쏟아도

       좋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작은 그림 책                                        고래가 등으로 다 뿜어 줄 거야.”
       방에서 만났다. 표지를 보고는 물속을 걷

       는 어린 소녀의 얼굴에서 ‘작은 다짐’ 같                                    눈물바다를 유영하고 돌아온 소녀는 울

       은 것이 느껴졌다. 앞 면지에는 토끼 인형                                  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다독
       을 등 뒤에 두고 편지를 쓰는 한 소녀가                                   인다. 길에는 눈물의 웅덩이가 많고 때로

       보였다. 뒤 면지에는 노란색 배경에 작은                                   바다처럼 눈물을 쏟을 때도 있지만 괜찮

       물방울들이 올라오는 그림이었다. 이야기                                    다고 말한다.

       의 시작은 소녀가 옷장으로 들어가는 장                                      내가 걸어온 길은 상실이란 깊은 웅덩이
       면이었다. 책을 볼수록 글과 그림이 전경                                   가 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몇 해

       이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하는 책이                                   를 두고 아끼던 후배와 친구가 세상을 떠

       었다. 나는 틀을 바꿔 글을 배경으로, 그                                  났다. 충분한 울음이란 없다. 살아남은 나

       림을 전경으로 읽었다. 글도 인생도 다르                                   는 숨이라도 쉬려면 뭐든 해야만 했다. 어
       게 읽어보면 새로운 걸 알게 된다. 전경에                                  떤 날은 정채봉 시인의 「엄마가 휴가를

       도 배경에도 초점은 맞출 수 있는 법이다.                                  나온다면」을 몇 번이고 읽고 울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감사,    교회를                    아버님     수술이    잘  되게   해주셔서
                  지금까지 지내온 것 감사, 교회를
                                                                    아버님 수술이 잘 되게 해주셔서
                  열심히     섬길   수  있도록    해주심에          111 112      감사,    좋은  집을    계약할    수  있게
                  열심히 섬길 수 있도록 해주심에
                                                                    감사, 좋은 집을 계약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감사                                                해주셔서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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