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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들이






            미술로 본 문화 나들이 ④



                            고단한 삶을 승화시킨 경건함











                                                                                        김창곤 장로
                                                                 조각가/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겸임교수




           반 고흐의 대표적인 초기 작품은 ‘감자먹는 사                  고 한다. 그 집은 너무 허름하여 창과 문이 제대로
          람들’이다. 이 작품은 그의 아버지가 목회활동을                  닫히지 않아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고 램
          했던 뉘넨(Nuenen)에 살면서 그린 것이다. 이곳에              프 빛을 더듬거리며 겨우 걸어다닐 정도로 희미하
          서 반 고흐는 1883년 12월부터 부모님과 함께 2년              게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농부들

          을 보냈다. ‘감자먹는 사람들’은 밀레의 ‘만종’처럼               의 식사 장면은 마치 ‘최후의 만찬’과 비교될 만큼
          가난한 농부들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경건한 종교                   경건하고 성스럽게 느껴진다. 삶은 감자에서 올라
          적 장면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오는 김은 관람자를 등지고 있는 소녀의 머리 주
           밀레의 ‘만종’에서 두 농부는 멀리서 들려오는                  위를 후광처럼 빛나고, 희미한 램프 빛은 성령처

          종소리를 듣고 하나님께 하루생활에 대한 감사의                   럼 감미롭게 주위를 밝혀주는 듯 하다. 농부들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화려하지도 풍요롭지도 않은                  투박하고 주름진 얼굴, 거칠고 굵은 손은 고된 노
          힘들고 지친 노동이 계속되는 생활이지만 하루 생                  동으로 인한 힘든 삶과 고충이 불행으로 느껴지기
          활의 무사함을 주님께 감사하고 있다. 이 그림은                  보다 오히려 신성함과 경건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항상 감사하라”는 말씀을 백 마디 들려주는 것보                 두꺼운 물감의 질감과 갈색톤의 어두운 색채는 농
          다 더 깊은 감동을 준다.                              부들이 생을 바치는 대지같은 느낌을 준다.
           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묘사한, 힘든                   그리스도께서 오신 목적은 우리를 단지 그리
          하루를 마친 거칠고 가난한 농부들의 감자뿐인 저                  스도인으로 만들거나 우리의 영혼만을 구원하시

          녁식사 모습은 너무나 엄숙하고 경건해서 마치 종                  려 함에 있지 아니하고 우리를 구속하셔서 참인간
          교적인 성찬처럼 느껴진다. ‘감자먹는 사람들’은 반                이 되게 하시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전인적 삶
          고흐가 직접 방문한 농가의 모습이다. 반 고흐는                  의 실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사람이 되
          어느날 저녁 무렵에 움막이나 다를 바 없는 한 농                 었다 함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충만하고 자유롭

          부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마침 저녁식사 중이었다                   고 인간다운 능력을 발휘하여 살 수 있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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