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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면 나를 위한 감동을 찾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일은 더욱 아름
답고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예컨대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을 불
러보며 그들의 언어와 사랑으로 축복하는 것입니다. 신나고 박장대소하는 일은 아니라
해도 혼자서 슬며시 웃음짓게 하는 작은 감동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은 일
에도 감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은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게 되고, 우리 사회는 용
서와 화해가 넘쳐나는 행복한 공동체가 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득 우리
마음 밭에도 感나무 한 그루 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심었으면 하는 감나무는 바로 이런 感나무입니다. 가진 것도 없고, 이뤄낸 것
도 없지만 나의 하나님이 되어주심에 감동(感動), 여전히 주 뜻대로 사는 일에 실패하
지만 끝까지 나의 하나님 되심을 기뻐하며 감격(感激), 계속해서 나의 하나님 되시어
보호하고 보살펴주심에 감사(感謝)가 열리는 나무를 심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화
(感化),감명(感銘), 감흥(感興), 共感(공감), 感歎(감탄) 같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
리는 나무 말입니다.
이 감(感)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감(感)나무는 심는 계절
이 따로 없습니다. 또한 식목(植木)을 위해서는 땅, 즉 토질이 중요하지만 어떤 땅과 조
건에서도 심기만 하면 큰 수고나 기술 그리고 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지금이 감(感)나무를 심을 적당하고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感나무는 홀로 크지 않습
니다. 때에 따라 거름도 주고 물도 주어야 하는데, 그 첫 시작은 감사입니다. 범사에 감
사할 때 넘쳐오는 감동과 감격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고 할지라도 感나무
가 튼튼하고 강하게 자라도록 조금만 우리의 정성과 사랑을 거름으로 심고 보살핀다면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이 감격하고 감동할 만한 건강하고 아름다운 감(感)나무로 성장
할 것입니다.
많은 과실나무 중 감나무를 좋아하고 감나무를 심자고 하는 것은 어릴 적 감꽃으로 만
든 목걸이나 감잎 책갈피의 추억 때문입니다. 풍성하고 탐스러운 열매로 배부른 때문이
기도 합니다. 삭막한 바람이 불어오는 추운 겨울까지 까치밥으로 남아 있는 넉넉하고
정겨운 모습 때문이기도 합니다. 눈보라 몰아치는 한 겨울에도 빈몸뚱이 부끄러워 아니
하고 두 팔 벌려 하늘향해 기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추운겨울을 이겨내고
새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피어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감나무를 보면 感나무가 생각나는 까닭입니다. 感나무에 맺혀있는 感
열매를 세어 보며 주님께 받은 복을 헤아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이런 노래가 유
행했습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속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
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 가리라” 감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
니라 우리에게 꿈을 주고 사랑을 익어가게 하는 나무입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든 가족
들이 저마다 감나무를 심어 감나무 풍성한 감밭 공동체가 되어져 푸른 꿈이 넘쳐흐르
고, 감나무에 감 익어가듯 사랑도 익어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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