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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슨타임스토리’ 윤삼열 목사의
감(感)나무를 심읍시다
말씀 : 마태복음7:18-20
생각만 해도 풍성한 추수감사의 계절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청 보랏빛 하늘에 주황색
으로 점점이 수를 놓는 예쁜 나무가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붉은 잎새를 떨구
며 앙상한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주홍빛 감나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바쁜 도심의
일상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감나무를 바라보면 학창시절 선생님의 유난스러웠던 감나
무 예찬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감나무는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문(文), 목재가 단단해서 화살촉을 깎으
니 무(武), 겉과 속이 한결같이 붉으니 충(忠),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을 수 있는 과
일이니 효(孝), 서리를 이기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나무이니 절(節)이라 했습니다. 또
한 목재가 검고(黑), 잎이 푸르며(靑), 꽃이 노랗고(黃), 열매가 붉으며(紅), 곶감이 희
다(白)고 하여 오색오행(五色 五行), 오덕오방(五德五方)을 모두 갖춘 예절지수(禮絶
之樹)로 아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감나무에는 일곱가지 덕이 있는데, 첫째 수명이 길고, 둘째 그늘이 짙으며,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다섯째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고, 여
섯째 열매가 맛있고, 일곱째 낙엽은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은 과장된
듯하지만 한마디로 버릴 것 없는 좋은 나무라는 뜻이겠지요. 그 말씀을 떠올리며 감나무
를 보니, 따가운 햇살과 거친 비바람을 견뎌 빛깔 좋은 열매를 맺은 것만으로도 대견해
보입니다. 그 마음에 공들인 만큼, 좋은 나무에는 좋은 열매가 있음을 자연이 다시금 가
르쳐줍니다.
우리는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감격과 감동을 먹고 삽니다. 오히려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은 감동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그러나 워낙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
에 살다보니 어지간한 일로 감동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제 사람을 감동시키자면 많은 비
용이 들고, 문학적 표현조차 격렬한 표현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아예 읽지도 읽히지도 않
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감동은 메마른 우리 뇌에, 마음에, 몸에 촉촉한 자양
분이 되어 줍니다. 감동의 순간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감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상 속에서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의
여유와 너그러움을 찾는 것입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흩날리
는 단풍과 낙엽을 주우며 깊은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고, 단풍으로 물든 오솔길을 걸으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때론 지나간 일들 속에서 가슴이 찡하
고, 뭉클하고 감동되었던 순간들을 잠시 꺼내어 보는 것입니다. 처음 만나 사랑을 고백
했던 그날, 가슴 터지라 외치고 싶었던 그 날이 또 다시 다가온다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
18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