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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보라색 꽃이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아마도 엄청나게 퍼붓던 비를 견디지 못했던 모양이다. 묘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며칠 뒤, 외출을 하던 나는 여전히 옆으로 쓰러져 흙탕물에 더럽혀져 있는 그 꽃을
보았다. 나는 꽃이 다시 일어서진 못하리라 생각했다. 비는 계속 내릴 것이고 바람은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꽃이 제 몸을 다시 일으키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가 내리던 어느 화요일, 꽃은 꽂꽂하게 선 채로 비와 바람을 받아내고 있었다.
곧 태풍이 올 것이고 그 꽃은 또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꽃에게 그런 것쯤은 두렵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이웃에 사는 일본인 친구에게 이 꽃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야기하자 그녀
가 말했다.
"꽃의 뿌리가 꽤 단단한가 보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은 비와 바람을 견디게 한다. 그것은 곧 우리에게 단단
한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꽃은 아름답다. 꽃이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 아름답고, 단단하여 아름
답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선 주신 뿌리를 가지고 수많은 태풍을 견디고 있는 우리 또한
아름답다.

* 진소정 자매는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젊은이 교회에서 앙상블로 섬기고 있으며 현
  재는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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