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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 자신의 의지와 열망이 아닐까 합니다. 회복과 치유의 길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치유와 회복은 남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됩니다. 아니, 그래야만 진정한 회복과 치유가 될 것입니
다.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약은 결국은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입니다. 새
살은 연고의 튜브 속에서가 아니라, 붕대와 약품으로부터가 아니라 내 몸의 상처 한
가운데에서 돋는 법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충고와 조언도 결국엔 내 마음 한가운데
에서 치유의 힘이 솟아나도록 도와주는 데까지만 유효한 것입니다.

동일한 상실의 위기를 맞았으면서도 그 이후에 어떤 이는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 어떤 이는 회복의 길로 들어섭니다. 상실의 상황에 직면하여 사람마다 각기 다
른 회복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각자의 마음자세와 의지라는 심리적 요인의 차이에
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각자의 내면에 갖춰진 정신적, 심리적, 종교적 소양
이 말을 한다는 것이죠. 우리가 책을 읽고, 교양을 쌓고, 사색하고 명상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이런데 있다고 봅니다. 생각의 힘, 믿음의 위력은 물
리적 힘 못지않게 강력한 것이며 생물학적, 의학적 메커니즘 못지않게 사람의 몸에
효과를 보인다고 믿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죠.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혈우병 걸린 여인은 “모든 것이
믿음에 달렸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 쉴물특집 코너를 담당하고 계시는 이군호 권사님은 고려대학교 독일어권문화연구소
에서 독문학을 연구하시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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