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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는 20세가 된 1503년 죽음을 체험합니                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번쩍하더니
               다. 부모 방문차 고향집을 돌아오던 중 칼이                 벼락이 루터가 뛰어든 느릅나무를 내리쳤습

               다리 동맥을 관통하는 부상을 당해 죽을 고                  니다. 나무가 갈라지면 금세 시커멓게 타버렸
               비를 넘기고, 2년 뒤엔 흑사병으로 2명의 동                고, 루터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립니다.
               생을 더 잃게 되며, 다니던 대학 3명의 교수
                                                                                          4)
               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자 죽음                 그는 정신없이 기도했습니다. “성 안나 여,
               의 공포는 점점 더 커졌죠. 이 죽음의 공포는                나를 도우소서.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기꺼이

               이후 그의 삶을 바꾸어 놓는 단초가 됩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낙장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루터는 원래의 계획대                  불입이라고 한번 내뱉은 맹세는 날씨가 개인
               로 법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그의                  후에도 돌이킬 수는 없었죠. 그래서 그는 학교

               회심을 결정적으로 경험하는 죽음과 조우하                   로 돌아와 아버지가
               게 됩니다. 1505년 법과에 등록한 지 불과 6              석사학위 졸업 선물
               주 정도 지난 어느 여름 무렵, 고향집을 방문                로 준 값비싼 법률책
               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슈토테른하임의                   을 중고로 팔아버리
               너른 벌판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온 하                  고  에르푸르트에서

               늘을 뒤덮더니 폭우와 천둥 번개가 치기 시                  가장 엄격하다고 알
               작합니다. 겁쟁이 청년 루터는 얼굴이 하얗게                 려진 성 오거스틴 수
               변하며 겁에 질려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도원에 들어갑니다.             성 안나 초상화

               없었습니다. 루터는 가까스로 느릅나무 아래
                                                        어찌보면 엄격한 가정환경과 그에 대한 부모
                                                        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 또 당시의 전염병 창
                                                        궐, 터키족의 침입, 장원제도가 무너져가며
                                                        부르주아 계급의 도래 등 시대환경의 급변에

                                                        서 오는 심적인 두려움이 원체 심약했던 루터
                                                        에게는 종교로의 도피를 결정짓게 한 것은 아
                  루터가 벼락의 위협을 느낀 슈토테르하임 벌판에
                             세워진 루터의 돌                  닐까 생각합니다.





               루터는 나중에야 수도사가 된 사실을 아버지                  생활을 했습니다. 서원했던 그대로 성결과 가
               께 알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난과 복종의 삶을 살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
               냈습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것                 을 다했습니다. 사흘 이상 빵은커녕 물 한 모

               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루터는                  금도 마시지 않았고, 스스로 몸에 채찍질까지
               정식 수도사가 된 다음 더욱 엄격하게 수도                  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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