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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광장 과학플러스
자연에서 배우는 박자 맞추기
엄유진 집사
최호식 목장
요즘 ‘경건의 삶’ 공부 시간에 읽고 있는 놀랍게도, 제가 연구하고 있는 생명이
리처드 포스터의 ‘영적 훈련과 성장’에는 없는 미세유체 환경에서도 이런 동기화
을
상
일반적인 책이 아닌, ‘말 없는 책’을 읽는 현 섞이지 않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서 로
기름을 머리카락
는
과
물
훈련이 소개됩니다. ‘말 없는 책’의 하나 굵기보다 가는 미세한 관에 흘려주면,
인 대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모 경계면을 형성하여 흐르게 되는데, 이때
래알, 물방울 하나에도 하나님의 놀라우 경 계 면 에 파 형 (wave) 이 나 타 날 수
신 설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과학자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실험실
가 실험실에서 누리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현미경이 없어도 하늘을 잘 관찰하다
보면 볼 수 있습니다 (그림1). 이는 대기
저는 이 자연 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 두 공 기 층 이 서 로 다 른 속도 로
아주 작은 영역, 혈관과 같이 현미경으로 이동하면서 경계면이 흔들리는 현상으로
봐야 보이는 미세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물 결 모양의 구름을 볼 수
유체현상(microfluidics)을 연구하고 있 있습니다.
습니다.
포스터는 ‘학습의 훈련’ 단원에서 이사
야 55장 12절, ‘... 산들과 언덕들이 너희
앞에서 노래를 발하고 들의 모든 나무가
손뼉을 칠 것이며.’ 말씀을 인용하며, 대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르침 [그림1]'Extremely rare' Kelvin-Helmholtz clouds in
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노래는 박 Portland, KGW NEWS, 2019
자를 맞추는 일이고, 많은 사람이 함께 손 미세유체 환경에서도 원리는 좀 다르지
뼉을 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점점 박자 만, 두 유체의 점도나 유속 차이로 인해
가 맞춰져 모두 비슷한 속도로 함께 치게 이런 파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파형들
됩니다. 이렇게 박자를 맞추는 ‘동기화’ 은 규칙적인 패턴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현상(synchronization)은 자연 속에서도 또 이 파형에서 여러 공학 분야에 쓰이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휘자 없이도 동시 일정한 크기의 물방울들이 형성되기도 하
에 깜빡이는 반딧불이 무리나, 헤엄치는 기 때문에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하며 연구
미생물의 편모들이 함께 움직이는 운동에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 중, 일렁이는
서 이러한 동기화가 나타납니다. 물-기름 경계면 두 개가 서로 가까워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