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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아티클
이전에는 분노로 타올랐던 열정이, 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제는 충성으로, ‘의리’로 드러납니다. 다 기질을 지녔고, 우리와 같은 약함을 가졌
른 제자들이 십자가 사건 앞에서 도망칠 지만,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전혀 다른 존
때, 요한은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 서 재로 빚어졌습니다.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열정은 꼭 필요합니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 다. 그러나 그 열정은 요한처럼 잘못된 방
의 어머니와 함께 그 고통을 지켜보았습 향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정의를 위한
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 어 다는 이름으로, 진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머니 마리아를 부탁하셨고, 그것은 단순 사람을 불태우는 열정은 결코 하나님께 속
한 인간적 정을 넘어, 사랑으로 변화된 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뢰였습니다. 열정을 꺾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그 열정
을 ‘사랑’이라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셨습
요한의 열정은 더 이상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부 니다. 오늘 우리도 그런 열정이 필요합니
활 이후 사도들의 중심이 되었고, 복음서 다. 불타는 열정이 아니라, 사랑에 불타는
를 기록한 유일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특 열정. 자신을 위한 열정이 아니라, 십자가
히 요한복음은 그 어떤 복음서보다 예수 아래에서 타오르는 거룩한 열정입니다.
님의 ‘사랑’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그리 요한은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사람이었습
고 요한일서, 이서, 삼서에 이르기까지, 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그 뜨거움
요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이제 더 을 변화시키셨고, 세상을 감동시키는 사
이상 ‘불’, ‘심판’, ‘좌우편’이 아닙니다. 랑의 불꽃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 사랑은
‘사랑’,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우리가 오늘 우리도 바꾸실 수 있습니다. 격정적
서로 사랑하자’라는 고백으로 가득합니 인 기질도, 어두운 야망도, 미숙한 열정도,
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는 가장 고귀한 도구
가 될 수 있습니다. 요한의 삶이 그것을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증명합니다. 우리가 품어야 할 열정은 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로 이런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고,
사랑이심이라.”(요한일서 4:7–8) 사람을 살리고, 끝까지 함께하는 사랑의
열정입니다.
이 구절은 단순한 신학적 선언이 아닙니
다. 요한 자신이 사랑받고 변화된 삶을
살아낸 고백이며 간증입니다. 우리는 종
종 성경의 인물들을 고결한 사람들로만
생각하지만, 요한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