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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칼럼



            들을 포장해 나가기도 합니다. 가끔은 솔직하지 못하게 빙빙 돌려가며 기도하다
            가 정작 중요한 말은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아멘으로 기도를 마무리하기도 합니

            다. 하나님과 가장 가까이 교제하는 기도 시간과 하나님을 높여드리는 찬양 중에
            도 이런 저런 것들로 마음을 꾸미고 스스로를 속이며 하나님 앞에 솔직하지 못한
            저를 종종 보곤 합니다. 예레미야 애가의 말씀은 이런 저를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1장 1절에서부터 저자는 본인의 아픔과 슬픔을 가감 없이 내뱉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거침없이 이야기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
            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그 아픔과 슬픔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너무 잘 알
            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원인이 본인에게 있음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
            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 애가는 하나님 앞에 숨길 것이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

            던 이들의 ‘탄식’이 엮여 책이 된 것 같습니다. 그 탄식 속에는 ‘우리의 죗값을 치
            르는 것에 불평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 다시 주님께로 돌아가자’라는 결론이 있다
            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레미야 애가를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참 답답해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솔직하지 못하고 빙빙 돌려가며 듣기 좋
            은 말들만 늘어놨던 제 기도들 속에서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계셨던 하나님은 무슨

            생각이셨을까요? 좋아 보이는 것들로 치장하여 화려하게만 보이려 했던 제 찬양
            을 보며 하나님은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요? 하나님 앞에서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만큼 아이러니한 것도 없을 겁니다. 그 아이러니를 깨닫지 못하고 좋은 말로 포
            장하며 기도 안에서, 찬양 안에서, 예배 안에서 제 자신을 속였던 지난날들을 회개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이 회개가 3장 39~41절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회

            개처럼 나를 냉철히 다시 돌아보는 회개로, 내가 결국 속해야 할 곳은 주님의 품임
            을 고백하는 회개로, 솔직하지 못해 가식에 숨겨뒀던 나의 진심을 내비치는 회개
            로 발전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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