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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배변입니다. 아무리 깨끗하고 좋은 음식일지라도 우리 몸이 그것을 섭취하는 과  인내의 미덕이 되는 것이죠.
 정에서 부산물은 반드시 발생하는 법이며, 이 역시 제대로 버려져야만 합니다. 나아

 가 뭔가 좋은 것을 섭취하는 것 못지않게 술이나 담배나 인스턴트식품들처럼 건강  기독교를 포함한 보편적인 기성종교들의 가르침에서 빠지지 않는 가르침이 바로 버
 에 나쁜 것들을 삼가고, 멀리하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그것이 좋은 것일수록 뭔가를   리고, 비우고, 지우는 일입니다. 자기를 버리라는, 자아의 이기심과 탐욕을 경계하라
 버리고 포기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오늘의 주제가   는 가르침은 기독교만의 가르침은 아닙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득도(得道) 혹은 성불
 꿈과 소망입니다. 우리가 각자의 꿈과 소망을 이루기 위한 방편으로 흔히 중요하게   (成佛)이라는 말에는 ‘얻는다’ ‘이룬다’는 의미가 들어있지만 그 출발점은 역설적으
 생각하는 것은 뭔가를 배우고, 익히고, 습득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로 세속을 ‘버리고’ 번뇌를 ‘떨쳐내는’ 수양의 과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종
 것이 전공실력이든 외국어능력이든 스피치능력이든 우리의 머릿속에 뭔가를 끊임  교의 벽을 넘어설 정도로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죠. 한낱 미술시간이나 글쓰기에
 없이 채워 넣고 갖추는 데에 몰두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예로 들었던 건강  서도 소망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이 존재한다면, 우리 인생의 더

 한 몸의 경우에 비춰본다면 지식과 능력의 습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뭔가를 버리  큰 꿈과 비전을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것들을 버리고 내려놓을 준비나 각오가 필
 고, 지우고, 포기하는 일입니다. 꿈과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것’뿐만 아  요해 보입니다. 버리면 더 가벼워지고, 비우면 더 넓어집니다. 그리고 더 가벼워지
 니라 ‘포기해야 할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 더 넓어진 그 만큼 언젠가는 우리가 지운 것들이 다시 채워질 것입니다. 아니, 채
               워주실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모토아래 나름의 소망을 키워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바로
 그 소망을 위해서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는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
 니다. 고3 수험생들에게는 달콤한 잠이나 재미있는 영화, 게임일지도 모르고,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사랑과 연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자신의 체급을 유지해야만 하
 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음식 자체가 일정시간 동안 멀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자식을 힘겹게 키워나가는 중장년들에게는 자신들의 안락함이나 여가생활이 더 큰
 꿈과 소망을 위해 잠시 포기해야 할 그 무엇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해 ‘땀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고 말합니다. 이 ‘땀과 노력’의 정체가 무엇일지 한 단
 계 더 깊이 헤아려본다면, 우리 안에 뭔가를 받아들이고, 채우고, 간직하는 노고만이
 아니라 소망을 위해 많은 것들을 비우고, 버리고, 포기하는 노고 역시 간과할 수 없
               * 쉴물특집 코너를 담당하고 계시는 이군호 권사님은 고려대학교 독일어권문화연구소
 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과정이 바로 인고의 시간인 것이고   에서 독문학을 연구하시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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