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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하던 당시, 기독교에 대한 제국의 박해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국가 질서와 통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권세가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불필요한 저항이나

             반동보다는, 로마의 질서 하에서 하나님을 따르고 복음을 전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
             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2천 년 전 로마 제국과는 다른 문화적·정치적·경제적 상황을 가지
             고 있습니다. 로마는 황제가 지배하는 제국이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은 국민
             에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식회사의 주권은 주주들에게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는 권세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저항이 시민의 권리로 인
             정됩니다. 권력자들이 국민의 유익을 해치는 결정을 내릴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

             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교회 공동체, 즉 에클레시아의 주권은 예수님께 있으며, 그분의 몸 된
             지체들에 의하여 세워집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성도들은 언제나 예수님의 뜻이 어디

             에 있는지 함께 분별하는 과정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성경에는 남자아이를 죽이라는 바로의 명령을 거부한 히브리 산파들, 바벨론의 우상
             앞에 절하지 않은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권세에 맞선 이들의 이
             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세상의 명령에 저항했습니다.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권력이 마치 마취제처럼 타인에게 무감
             각해지게 만드는 작용을 하며, 후천적인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형성하기도 한다고 말
             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은 히틀러 나치 정권에 저항하며 “미친 사람의 운전을

             중단시키는 것이 나의 과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건강한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분별’입니다. 분별력을 상실할 때 공동체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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