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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金顯承, 1913년 4월 4일~1975년 4월 11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본관은 김해(金海)이고, 호(號)는 다형(茶兄)이다. 독실한 개신교 장로회 신자로서 기독교 정신과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을 시로 형상화하여 독특한 시세계를 이루었다. 작품집《김현승 시초》, 시로는〈견고한 고독〉,〈옹호자의
                 노래〉, 〈절대 고독〉, 〈눈물〉등이 있다.



                                                                                       2024 / 11·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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