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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왔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그럴듯하게 파 태에서 오직 소리에 의존하여 수영장과 해변
도에 몸을 맡기며, 파도와 함께 춤을 추었습 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를
니다. 그러다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파도에 부 눈으로 보고 얻던 과정이 사라지자, 듣는 것
딪혀 그만 물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빠지는 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순간 자녀를 붙잡은 손 위로 얼굴에 있던 안 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소리들이 다가와 수많
경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으나, 잡을 수 없었 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눈이 아닌 귀
습니다. 로 아름다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봄’이 아닌 ‘들음’의 은혜
짠 물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는 아이와 를 누리었습니다.
함께 모래에 철퍼덕 앉아보는데, 아무것도 보
이지가 않습니다. 순간 여러 생각을 하였습니
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안 파도와의 만남
경을 새롭게 맞추러 가자니 운전을 할 수 없
고, 아내에게 운전을 부탁하자니 바다에 나 파도가 격렬하게 반겨준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들어가자고 하는 거센 인사에 놀라 뒷걸음치다
것이 식구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파도에게 내 눈을 내어주었다
놀기로 결정했습니다. 감동한 파도는 기쁨으로 부서진다
“쳐다보며 이르되 사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 파도에게 눈을 내어주고
같은 것들이 걸어 가는 것을 보나이다 하거늘 어두움을 얻었다 흐릿흐릿
(막 8:24)”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귀로 둘러본다
벳새다에서 예수님께서 한 맹인의 손을 붙잡
으시고 눈에 침을 뱉어 안수하신 후 무엇이 참 다양한 소리들이 펼쳐져있음을
보이느냐 물어보실 때에 답하였던 맹인의 말 파도가 가르쳐준다
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지난 여름휴가의 특별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
처음에는 답답하고 두려웠습니다. 보이지 않 해서 부랴부랴 SNS에 올렸던 글입니다.
음으로 인해 주어지는 불편한 상황들로 답답
했고, 가족들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마가복음 8장 22절 이하에 나오는 맹인이 예
하는 불안 때문에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내 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에 의해 마을 밖으로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크게 말을 해 나갈 때, 또한 예수님의 질문을 들을 때 맹인
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첫째 아이와 함 이 무엇에 집중하였을까?를 생각합니다. 맹인
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8시간 동안 어떤 은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님의 음성
사람이나 물체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상 을 귀로 듣는 것에 집중했을 것입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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