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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광장 미술 정원




         그리고 벽화에는 요나 이야기 사이사이                                   네로 황제가 로마 대화재의 원인을 그리스
       이에 손을 들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                                    도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수많은 그리스도인

       이 그려져 있다.  이렇게 서서 손을 들고                                  들을 잡아 기둥에 묶어 화형 시키면서 길을

       기도하는 모습을 오란테(Orante, 라틴어                                 따라 끝없이 세워진 가로등처럼 로마를 밝
       로 기도하는 자)라고 부르는데 지하 무덤                                   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
       캄캄한 카타콤에서 초대교회 성도들이                                      다.  문자로만 읽었던 고난 가운데 믿음을

       마음의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                                     지킨 사도바울과 초대교회 성도들의 처참

       을 향해 손을 들고 간절히 기도한 것을 상                                  한 모습이 얼마나 잔혹했고 비극적이었는
       상해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가깝게는                                   지 영상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북한을 비롯하여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이 카타콤 벽화(그림 3)는 바로 그 시대에

       종교탄압을 받는 곳의 지하교회 성도들은                                    그려진 것이다. 단순히 성경의 다니엘서 내

       이와 유사한 모습으로 소리죽여 찬송하며                                    용을 상상하며 그린 것이 아니라 믿음의 스
       신앙을 지키고 있지 않을까.                                          승과 선배들과 동료들이 불에 타 죽는 것을
                                                                직접 본 사람이 그린 것 이다. 극심한 박해
         우리 교회에서도 찬양할 때 목사님이나                                   가운데서도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하나님
       찬양 인도자의 인도로 흔히 손을 들고 찬                                   의 보호하심을 기대하며 죽음을 넘어서는
       양한다.  목장의 VIP들은 어색해서 손이                                  신앙의 결단을 다짐하기 위해 벽에 새기듯

       잘 안 올라간다고 하고,  나도 처음에는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많  이    어  색   했  지  만  ,  카  타  콤  의    오  란  테
       (orante)를 본 후로는 찬양할 때뿐만 아                                  “불 속에 던져져도, 임금님, 우리를 지키시
       니라 기도하면서도 손을 들어보곤 한다.                                    는 우리 하나님이 우리를 활활 타는 화덕 속
                                                                에서 구해주시고,  임금님의 손에서도 구해
                                                                주실 것입니다.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임금님의 신들은 섬기지도 않고, 임
                                                                금님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을 하지도 않

                                                                을 것입니다.” (다니엘서 3:17-18)

                                                                  카타콤의 벽화는 전문인이 그린 것이 아

                                                                니다. 카타콤 지하 공동묘지에 숨어서 처절
                                                                한 고난 가운데에서도 간절히 신앙을 지키
                                                                고자 했던 보통 사람들의 영적 표현이다.

               그림 3. 불에 던져진 세 사람,                               앞선 고대 그리스 로마미술이 추구했던 미
            로마 프리실라 카타콤 벽화, 3세기                                 학적 추구와는 그 방향을 달리한다.  회화

         그림 3은 다니엘과 세 친구가 풀무 불속                                 기법이 발전하기 전 소박하기 그지없는 표
       에 던져진 모습인데, 이들도 역시 손을 들                                  현의 작품들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삶

       고 기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과 죽음,  부활과 영생에 대한 주제의식과
                                                                작가의 순교적 삶이 어우러진 숭고한 작품
         5년 정도 전에 전 교인이 교회 본당에서                                 들이다.

       다 같이 영화 을 보았었다. 스토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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