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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특집
착한 승리
이군호 권사 사람들이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에 매달리도록 유혹받을 만한
ikislee@hanmail.net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반면에 스포츠 경기에서의 패배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습
니다. 승패를 떠나서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고, 승리해서 메달까지 얻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뿐인 것이죠. 스포츠 정신은 결
국 승리를 향한 노력과 도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승패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물론 경기를 직접 하는 것보다는 관람하는 것을 즐기죠.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 나아가 보편적으로 스포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축구,
야구, 농구 등등 각각의 경기종목 자체의 특성에 따른 재미와 승부를 가린다는 박
진감에도 있겠지만, 스포츠맨십이라고 부르는,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분투하는 가
장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는 장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포츠와 유사한 것으로서
사람들이 잡기(雜技)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둑이나 장기, 화투나 카드놀이,
당구나 게임 등등 ‘놀이’라고 부를 만 한 것들이 그것입니다. 잡기에 능하지는 않지
금년에는 국내외적으로 두 개의 큰 일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4월의 총선거와 8월의 만 상당히 좋아하는 저는 이것저것 두루 할 줄 아는 편입니다만, 그 가운데 특히 바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그 둘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예상해보건대, 안타깝 둑을 즐깁니다. 제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심
게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운동 모습보다는 그다 판이 없어도 경기가 가능하다는 점, 바로 그 공정성입니다. 최소한의 바둑 룰만 지키
지 아름답지 않은 정치판의 적나라한 풍경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면 바둑을 두는 두 사람 사이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바둑 이외에 장기나 다른 게
그와 달리 8월의 올림픽에서는 전 세계의 지구촌 사람들을 감동시킬 정정당당한 명 임에서도 심판의 존재는 불필요합니다.
승부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행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은 승리를 위한
경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으나, 스포츠 경기의 경우엔 경기운영과 반칙 및 그에 대한 벌칙을 주관하는 심판의 존재
선거와 스포츠에서의 승부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가 현실세계의 권력과 가 필수적이긴 합니다만, 페어플레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기초하고 있습
이익을 둘러싼 그야말로 첨예한 생존경쟁이라면, 스포츠는 상대적으로 현실적 이득 니다. 현실세계를 움직이는, 종종 불의하고 불합리한 힘의 승리와 달리 경기장과 바
보다는 명예와 가치가 걸린 경쟁의 마당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선거에서의 패배 둑판에서의 승부는 명쾌합니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관중들이 쉽게 판단하는 그
는 돈과 명예와 권력이라는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큰 것들을 잃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로 승부는 결정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세상이 스포츠 경기만 같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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