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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면 인간만큼 유약한 동물도 많지 않습니다. 문명화된 인간 이전의 맨몸의 인간이  러나 예수의 개인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 이후의 인간의 역사가 닮아가야 할
 라면 요즘 같은 추위에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가령 각종 문명도구나 무기를 갖추지   모델로 제시된 것이며, 예수를 믿는 모든 인간의 수많은 인생사로 무한 반복되도록

 못한 맨몸의 인간이 외딴 산길에서 곰이나 멧돼지가 아니더라도 들개나 여우 정도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기독교야말로 가장 기막힌 역설의 종교인 이유입니다.
 의 비교적 작은 산짐승을 마주친다고 할 때,  그 짐승을 제압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
 입니다. 그냥 도망치거나 피할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말입니다. 좀 더 예를 들어     오늘의 말씀에서 전하는 바 “나의 능력이 약함을 기뻐할 수 있는” 연유는 그리스
 보자면, 맨몸의 인간은 야생의 상태에서 유순한 토끼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도 맨  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름으로써 내가 온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믿는 자들이
 손으로 잡아먹거나 마음대로 처치하기 어렵습니다. 방 안의 파리나 모기 한 마리,   비록 개천가에 처하였더라도 자신의 모자람과 약함과 부족함에 절망하지 않음은
 바퀴벌레 몇 마리 정도를 처치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죠. 본래 인간은 다른 동  예수께서 그의 모자람을 은총으로 채우사 축복받게 하시고, 그의 약함에 능력의 복
 물들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약하고 무능한 존재였습니다. 인간의 유약함은 그  음으로 힘주사 강건하게 하시며, 그의 부족함을 구원의 말씀으로 채우사 온전하게

 러나 만물의 영장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이었음에 분명합니다. 자신의 열등한 육체  하시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적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두뇌를 활용하고, 불과 각종 도구를 발명했으며, 기술과
 문명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동물들 가운데 가장 유약했던 인
 간은 이제 옷과 집과 난방으로 이 맹추위를 이겨내고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사육하
 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과 여건을 이겨내고 이뤄낸 성
 공을 이르는 말이죠. 약하고 미천한 존재가 강하고 고귀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속담의 형식으로 담아낸 표현이라고 봅니다. 물론 요즘은 한국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어려운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음을 탄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금
 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들도 그 탄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겠죠. 개개인의 후천
 적 노력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배경이 점점 더 많은 것을 결정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서 성서를 다시 보노라면 거기엔 여전히 ‘개천에서 용 나는’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습
 니다. 비루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미천한 목수의 연약한 아기예수가 세상의 왕이 되
               * 쉴물특집 코너를 담당하고 계시는 이군호 권사님은 고려대학교 독일어권문화연구소
 고 모든 인간의 구원자가 되는 드라마틱한 역전극이 그 절정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에서 독문학을 연구하시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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