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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물 특집
약한 것이 강함이라
이군호 권사 습니다. 기후적으로도 열악해서 춥고 삭막한 겨울이 1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뿐
ikislee@hanmail.net
만 아니라, 독일의 국토는 천연자원이 거의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곡식을 키우기
에도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토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외적인 환경만 생각한
다면 독일은 굉장히 허약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이삼백
년 전의 독일은 영국, 프랑스와는 달리 지금과는 정반대의 경제적, 문화적 후진국이
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가적 통일조차 이루지 못한 분열상태였으니 정치
적 후진성은 말할 것도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독일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강력한 국가가 된 원동력
이 뭘까요? 저는 위에서 자수성가한 인물의 비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후천적인 분투
와 노력, 그리고 그 바탕이 되어준 독일의 국민성을 꼽고 싶습니다. 환경적으로 혜택
받은 것이 별로 없는 나라, 여러모로 후진국이었던 독일의 성공신화에는 그들의 트
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근면, 성실, 정직의 국민성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적대적인
저는 강의에서 종종 학생들에게 독일이라는 나라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도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해오는 과정에서 독일인들의 투박하고 강인한 기질이 형성되
전혀 없고 집안환경도 아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분투하여 자수 었고 오늘날까지도 그것은 독일이라는 국가의 이미지 혹은 상징적 국민성으로 자리
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에 비유해서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곤 합니다. 오늘날의 독일 잡았습니다. 여전히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독일의 기후는 불순하고 그런 환경 속에
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리더국가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서 독일음식은 질박할 뿐 세련되지 못했지만, 독일인들이 후천적으로 이뤄낸 독일
없을 것입니다. 2008년의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침 제품과 독일문화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열악하고 척박한 환
체기의 와중에 독일은 거의 유일하게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해 온 나라이며, 유럽통 경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독일이 가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합의 역사에서 독일이 프랑스와 더불어 주역을 맡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독일이 애초부터 이런 강국이 될 객관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닙 자신의 불리한 입지로부터 스스로의 강인함과 능력을 키워가는 역사적 과정을 독
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이웃 강대국가인 영국, 프랑스와 비교해서 바다가 적은 내 일의 사례로 살펴보았지만, 그런 과정은 사실 인류의 발달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
륙국가여서 대외진출에 불리하고 해양자원의 혜택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 니다. 지금 우리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지만, 생물학적으로 냉정히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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