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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하웅원 선교사)
크리스토퍼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 병 그래, 이 땅에서의 인생은 주님이 주신 아름
환을 앓던 그의 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셨단다. 다운 소풍이겠지. 속살거리는 섬 스리랑카에
부랴 부랴 달려가 참여한 장례예배때에, 설교 서 보낸 소풍같은 26년의 시간을 정겨운 이의
를 해달라고 해서 맨 앞줄에 앉았다. 스리랑 귀천을 목도하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아름
카는 유럽 식민지 지배를 받은 영향인지, 우 다운 소풍같은 이땅의 선교사역이 이제, 돌
리나라와는 다르게 장례기간에 고인을 볼 수 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다시 느낀다. 누
있도록 한다. 그래서 맨 앞줄에 앉아서 장례 구나가 맞이 하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담론
예배 설교할 시간을 기다리는 내내 고인을 바 앞에서 눈물 짓다가, 문득 이땅에서의 삶이
라보았다. 20년 전부터 늘 보던 고인, 나를 보 그저 소풍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서, 아
면 늘 따뜻하게 웃어주던 고인의 미소가 생 름다웠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할텐
각났다. 그저 잠시 잠들어 있는 듯한 고인의 데…….
모습은 그래서 평안하기도 또 쓸쓸하기도 했
다. 얼마전 같은 교회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깨닫는다. 언제부터인
생과도 같은 세례식을 이끌었는데, 오늘 생명 가 선교지를 떠나 돌아갈 날이 다가옴을 느
의 끝을 물꾸러미 본다. 죽음을 목도하는 것 낀다. 스스로 자립하여 힘 있게 선교하는 토
은 늘 힘들다. 발 닿은 곳마다 눈부시게 피어 착교회를 이루고자 하는 선교의 비전이 무르
나는 섬, 스리랑카에서 보낸 26년간의 시간 익어 감을 본다. 그리고 26년의 시간 동안 동
이 길었나 보다. 알아 왔던 정겨운 이들이 하 거동락한 현지 사역자들에게 미래의 선교사
나 둘 이땅의 삶을 뒤로하고 하늘 나라로 간 역을 이양하고 맡겨야 하는 때가 가까이 옴
다. 삶과 죽음, 그리도 새로운 삶.... 인생은 그 을 느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땅, 스리랑
래서 너무 짧기도 또 길기도 한가 보다. 문득 카에서의 소풍같은 날이 끝나고 다시 돌아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생각났다. 갈 날이, 그리고 돌아가서 그 시간이 눈부시
도록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다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옴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 다시 최선을 다해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달려갈 선교의 사명이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선교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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