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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사랑의 5중주)
이형남 권사
너를 위한 한 사람 나였으면 좋겠네
기꺼이 벽이 되어 살을 에는 찬바람
막아주는 에스키모 이글루 품 속 같이
둥글 납작 두리 뭉실 모나지 않는 사랑
등기대고 비비대고 응석받이 개구에도
지긋하게 받쳐줄 든든하고 튼튼한 벽
어디 한번 구석구석 벽들을 살펴볼까
높고 깊은 산맥이 지어 내린 벽 중의 벽
알프스 아이거 북벽 중국의 황강 적벽
설악 적벽 청송 적벽 화순에 창량 적벽
휘어 도는 강 물결 치고 박고 깎고 세워
선연한 눈물자국 골골이 새겨있다
주르르 흘러내린 설음을 훔쳐내는
그 자리 떴다 지는 눈썹달이 지나가고
별빛이 깊게 앉아 풍화를 그려놓은
주상절리 문양의 벽들을 살펴보니
반듯하고 나부죽하여 넉넉한 그 품새
지나가는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라는 듯
박무 해무 연무 운무 안개가 우련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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