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담쟁이 - 김수자 - 싱그러운 초록의 질긴 줄기 실핏줄로 번져 그리움의 무늬를 만들며 베를 짜듯 담장을 오른다 허공의 바람 온 몸으로 받으며 아무도 잡아주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삶의 외벽을 질주 한다 앞서 오르던 담쟁이도 미처 오르지 못한 채 새 잎의 몸을 꼬아 담벼락을 덮을 때 한 폭은 승리의 개가가 되고 견디어 낸 세월의 자존심이 된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