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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담쟁이



                                              - 김수자 -

                싱그러운 초록의 질긴 줄기

                실핏줄로 번져

                그리움의 무늬를 만들며
                베를 짜듯 담장을 오른다




                허공의 바람 온 몸으로 받으며

                아무도 잡아주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삶의 외벽을 질주 한다




                앞서 오르던 담쟁이도
                미처 오르지 못한 채

                새 잎의 몸을 꼬아

                담벼락을 덮을 때




                한 폭은 승리의 개가가 되고
                견디어 낸 세월의 자존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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