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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광장 생각하는 독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이다빈 자매

                                                                                  김홍일 목장


         사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집                                  진진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내복을 팔아
       중력이 썩 좋지 못합니다. 흔히 공부를 엉                                  생계를 잇는 억척스러운 분입니다.  행방

       덩이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가만히 앉아                                    불명 상태인 남편과 조폭의 보스가 되고

       서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쌓는 일은 제게                                  싶은 남동생 때문에 늘 불행이 끊이지 않
       아직도 퍽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만,  그 '불행을 처리하느라'  지루할 틈

       어른이라면 무릇 책을 가까이하며,  많이                                   이 없습니다. 반면,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

       읽어야 한다는 위기감에 하나둘 책을 사                                    이인 이모는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삶

       모으는 걸 좋아합니다.  책장이 꽉 찬 걸                                  을 살지만, 정작 자기 삶이 “무덤 속처럼
       보면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부모님의                                   평온해”라며 지루함에 지쳐 있습니다. 진

       마음이 괜스레 이해됩니다.                                           진은 이 두 삶을 보며 우리의 삶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깨닫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  『모순』만큼은 그런 제

       가 정말 재밌게, 길을 가면서도, 버스에서                                   여러분들은 어떨 때 모순을 느끼시나요?
       도, 심지어 계단을 오르면서도 읽은 책이                                   저는 마음속으로 ‘미움’이라는 감정이 들

       아니겠습니까? 아니, 대체 무슨 내용이길                                   때입니다.  믿음의 자녀로서 사람을 미워

       래? 궁금해지셨죠?                                               하고 원망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감정

                                                                이 쉽게 조절이 되지 않을 때 말입니다.
         이쯤에서 살짝 내용을 소개해 보려 합니
       다. (단, 제가 말주변이 뛰어나진 않고 재                                 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해도 도저히 사랑

       미있게 이야기하는 재주는 더욱 부족하니,                                   을 느끼지 못하고 분노만 느낄 때 저는 모

       그 점은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순을 느낍니다.
                                                                 그리고 세상의 가치와 하나님의 가치 사
         이 소설은 스물다섯의 미혼 여성,  안진

       진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삶을 비관적                                   이에서 저울질할 때도 그렇습니다.  머리

       이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진진이는 어느                                    로는 하나님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날 잠에서 깨어나며 부르짖습니다. “이렇                                   것을 알지만 세상의 가치가 더 끌릴 때 모
       게 살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인생에 온                                  순을 느낍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기도

       생애를 다 걸겠다!”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                                  하면서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기는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의 극명하게                                     가 정해놓은 답을 달라고 떼쓰는 기도를

       대비되는 삶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드릴 때.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마다 깊은 곳에서 모순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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